개발자, 지평선 너머를 봐야 하지 않을까?

출 처 : http://sunnykwak.egloos.com/3155202

프로젝트 막바지에 우여곡절이 많아서 인력을 세 명 정도 추가 투입하게 되었다. 일단 중급 개발자 2명하고 고급 개발자 1명, 고급 개발자는 나와 경력은 비슷한데 프리랜서로 우리 회사 일을 돕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한 달에 5백 정도 받는 사람이다. 프로젝트 관리자인 나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지원 인력으로 온 것이다.

나야 한달에 천만원 넘게 받는 컨설턴트들도 많이 접해 보았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같이 일하고는 있는 기획 담당 후배가 여지없이 놀라는 눈치다. 기획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 정도 고액 연봉자들을 거의 못 봤다는 것이다. 실력도 있고, 게다가 인정도 받는다는 것, 무엇보다 일하는 시간도 비슷한데 두배가 넘는 급여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놀랍다는 것이다.

직장 혹은 사회 생활하면서 가장 괴로울 때는 아무래도 남들 연봉이랑 비교해서 자신이 적다고 느껴질 때가 아닐까? 좋은 대학을 나오고 나름 열심히 일해도 평균 급여를 받는 사람도 있고, 외견상 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데도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기분 나쁘지만 개개인의 차이 문제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나름 직군을 가지고 서로 비교할 때가 많다. 대체로 많이 듣는 얘기가 ‘개발자’의 연봉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양반 같은 경우는 개발자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며 나머지 개발자들은 그저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할 문제라는 말도 많이들 한다. 술 마시고 울분 토하는 사람도 많다. 결혼하고 아이라도 있으면 더욱 괴로워들 한다. 애들끼리 아빠 차 뭐냐고 얘기하는데, 어떤 개발팀장 아들은 집에 차가 없어 기죽어 산단다.

우리는 너무 시야를 너무 좁혀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직장인으로서 일하거나 혹은 고용 당하는 입장에서 급격한 연봉 인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도 있다는 풍문을 들어 알지만 그런 기업들이 전체 기업 중에 얼마나 될까?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나아질까? 대략 11년 동안 6곳의 기업을 다녀 봤지만 별 다르지 않더라 말이다. 물론 대기업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개발자’가 무시 당한다, 혹사 당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얘기인 것 같다. 다른 직종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 보았는가? 기획자, 디자이너 혹은 인사, 재무, 영업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개발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차피 다들 직장인, 평범한 월급쟁이라는 것이다. 개발자라고 특이할 게 없다.

그렇다면 프리랜서 개발자가 답인가? 프리랜서로서 일년 내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장 다니는 사람들 보다 두 배의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일년의 절반을 놀면 결국 같은 연봉이다. 게다가, 경력이 지나치게 오를수록 고용하는 측에서는 부담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프리랜서 하려면 성격이 좋거나 영업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계속 일감을 얻기 위해서는 인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 잘마시는 건 기본이다. 못 먹어도 억지로 먹어가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한달에 천만원 받는 컨설턴트와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자기들도 마흔이 넘으면 갈데가 없다고, 그전에 열심히 벌고 회사를 차리던가 해야 한다고 말이다.

결론은 여전히 ‘개발자’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연봉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 개발자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현 시대의 거의 모든 개발자는 단순 사무 노동자일 뿐이다. 과거의 공장 근로자와 별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머리를 쓴다고 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정녕 스타급 개발자들이나, IT 유명 개발자들처럼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말이다. 대게의 개발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과거의 성과로 인해 구축된 노하우를 단순 활용할 뿐이다. 달리 말해 컨베이어 벨트에서 가전제품를 조립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여전히 현역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일을 같이 수행하고 있다. 개발자 역할만을 가지고 높은 연봉을 달라는 말은 못하지만 오로지 개발자 경험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개발자가 너무 많다. 다들 열심히 하지만 제대로 숙련된 개발자가 없다는 것이다. 숙련되었다는 것이 한가지 언어를 오래도록 다루었다는 얘기도 아니고, 코딩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도 아니다. 경력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숙련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고객의 비지니스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떤 과정을 거쳐 IT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문제없이 원활하게 동작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단시간에 답을 낼 수 있는 개발자가 진정한 숙련자 혹은 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숙련자가 부족하다는 얘기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무수한 IT 시스템이 현재 비정상적인 상태로 혹은 불완전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부의 의뢰를 받아 신규 구축 혹은 재개발 컨설팅 비지니스 미팅을 가지게 되면 늘 접하게 된다. 부디 제대로 좀 만들어 달라는 것이 정당한 요구일진데, 대게의 고객들은 애원하고 있다. 시스템이 다운되고, 느려지는 상황 때문에 회사 업무가 마비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한 것이다. 담당자들은 언제 모가지가 날아갈지 몰라 불안해 하고, 가급적 다른 보직이 생기면 IT 담당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고 애쓴다.

문제가 많다는 것에 대해서 암울하다고 보는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해결에 대한 욕구가 많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블루오션이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나는 여러 프로젝트를 실패해 보았고 또한 해결했기 때문에 고객과 면담을 하면 단 10분 내로 고객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 과거의 치욕이 이제는 능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내가 바로 문제 많은 개발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나와 유사한 개발자들이 저지른 문제를 즉각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바쁜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역할도 수행한 바 있다.

개발자로서 개발만 하려고 해서는 단순 노동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날의 경험들을 체계화 시키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논리화 시키며, 문서화 시키며 정리한다. 그러한 정리된 논리를 통해 고민에 싸여 괴로와 하는 고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문제 해결을 위해서 돈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업에 있어서는 IT 시스템은 과거와 다르다. 단지, 엑셀 문서로 매출 집계만 만들어 내던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IT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은 곧 비지니스가 중단되는 것이고, 기업의 존폐위기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중소기업들도 IT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몇 억이 넘는 돈을 쓰고 있다.

굴뚝 속에서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쿨럭 거리며 일하는 굴뚝 청소부들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 폐쇄를 막기 위한 ‘위기 해결 전문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기회를 얻기 위해서 고생해야 하는 것이다. 왜 10년 후에도 똑같은 일을 하리라 생각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싶어하는가? 현재를 매개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가 무가치 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동일시 하는 생각이 무가치한 것이다.

덧붙임.

개발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암암리에 스스로를 기술 분야의 전문가(expert)라고 생각하고 남들이 그렇게 인정해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는데 이거 참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터놓고 말하자면 나 자신도 그렇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에 열심히 공부했으면 개발자가 되었겠는가? (물론, 정말 좋은 학벌 가지고도 개발하시는 분들은 열외로 치자)

그렇다고 스스로를 비하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고객 숙이고 살라는 얘기도 아니다. 남들이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게끔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가 말이다. 정말 고객과 대등하게 업무와 기술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가? 회의 석상에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뒷담화할 때만 고객의 무지를 탓해서야 비겁한 노릇이라는 얘기다.

고객에게 기술을 시시콜콜히 설명하려고 하는 것도 바보나 하는 행동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반도체 개발 국가 프로젝트을 고위 관료들에게 승인 받기 위해서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는 만화를 그려서 배포했다던 일화도 있다. 윗사람 혹은 고객을 바보라고 손가락질 하지 마라. 그들이 우리 밥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싸우기 보다는 먼저 설득할 줄 아는 것이 능력이다. 그저 시키는 대로 개발했으니 시스템이 멈추어도 책임 없다는 것은 비겁하고 무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감추어진 기술을 누군가 알아서 알아주기를 바라지 마라. 장롱에 다이아몬드가 들어다고 한들 그걸 일일이 뒤져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은 상품을 비싸게 팔려하면 갈등이 생기는게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개발자도 가끔은 양복을 입고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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